강릉의 커피 도시를 대표하는 로스터리, ‘보사노바커피’ 이야기
커피 도시 강릉, 그 중심엔 ‘보사노바커피’가 있다
강릉은 더 이상 단순한 해변 관광지가 아니다. 이 도시는 이제 ‘커피의 도시’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독창적인 커피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보사노바커피(Bossanova Coffee)'라는 이름의 로스터리 카페가 있다. 안목해변을 따라 줄지은 수십 개의 카페들 사이에서도 이 브랜드는 오래된 역사를 바탕으로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보사노바’라는 이름은 브라질 음악 장르에서 따온 것으로, 느긋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카페에 들어서면 바다와 어우러지는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커피 볶는 고소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강릉이 커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에 거의 동시에 자리를 잡은 이곳은 이제 로컬을 넘어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강릉일까? 강릉은 원래 커피 산업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도시였다. 하지만 안목해변이라는 탁 트인 공간과 예술적 감성이 강한 도시 특성, 그리고 바다를 마주 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로망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커피 거리라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보사노바커피’는 이 흐름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자리를 지켜오며 강릉 커피 문화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보사노바커피, 로컬 브랜드의 생존 방식
프랜차이즈 카페가 넘쳐나는 시대에, ‘보사노바커피’는 어떻게 수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단순한 커피 맛 이상의 철학과 디테일에 있다.
무엇보다 보사노바커피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한다. 내부에는 대형 로스팅 기계가 자리 잡고 있어, 커피를 마시는 동시에 커피가 어떻게 볶이는지 직접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에 대한 경험과 이야기를 전달한다.
또한, 계절마다 원두 종류와 맛을 달리하며 손님들의 취향을 세심하게 고려한다. 바리스타들과 직원들이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닌, 커피 전문가로서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커피에 대해 물어보면 단순한 설명을 넘어, 원산지나 로스팅 방식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특히 ‘바다 앞의 커피 한 잔’이라는 장소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공간 구성은, 이곳을 단순한 카페 이상의 공간으로 만든다.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순간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꼽는다.
최근엔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원두와 드립백을 판매하며, 강릉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보사노바의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는 로컬 브랜드가 물리적 한계를 넘어 전국적 브랜드로 확장해 가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강릉 커피 거리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강릉의 커피 거리는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보사노바커피를 필두로 다양한 컨셉의 카페들이 생겨났고, 지역 청년 창업자들이 로스팅 공방이나 감성 카페를 운영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관광지 상업화라는 과제도 존재한다.
몇몇 카페들은 브랜드만 붙여놓은 채 품질은 떨어지거나, 뷰(view)에만 집중해 커피 본연의 맛은 뒷전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보사노바커피는 ‘커피 그 자체’에 집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 강릉이라는 지역성, 바다라는 장소성, 그리고 커피라는 매체를 조화롭게 엮어내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보사노바커피는 지역과의 연결을 놓치지 않는다. 지역 농산물과 협업한 시즌 메뉴, 강릉 커피 축제 참여, 바리스타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은 단순한 상업 브랜드가 아닌, 지역 사회의 일부로서 기능하려는 시도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사노바커피는 단순히 ‘오래된 카페’가 아니라, 로컬 브랜드가 지속 가능하게 살아남는 법을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마치며: 한 잔의 커피가 도시를 기억하게 한다
보사노바커피에서 마신 커피는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었다. 로스팅된 원두의 향,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 천천히 흐르는 음악과 감성적인 공간.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한 잔의 커피가 하나의 ‘기억’으로 남게 만들었다.
강릉은 이제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도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로컬 브랜드들이 있다. 우리가 그런 브랜드들을 알고, 찾아가고,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일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