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년 창업가가 만든 감성 플라워 브랜드
바쁜 도시 속, 조용히 피어오른 감성 브랜드
대구는 빠르고 강한 이미지가 있는 도시다. 더운 날씨, 활기찬 거리, 산업과 상업이 발달한 도시. 그런데 그 대구의 골목 사이에서 조용히 피어난 감성적인 브랜드 하나를 만났다. 바로 ‘루플로라 플라워(Rue Flora Flower)’다.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거리의 꽃’이라는 뜻이 떠올랐다. 이름처럼 이 브랜드는 바쁜 도시 속 사람들에게 꽃 한 송이의 쉼표를 선물하고 있었다.
루플로라는 대구 청년 창업가가 시작한 플라워 브랜드다. 단순히 꽃을 파는 것이 아니라, 꽃을 통해 사람의 삶을 기록하고 위로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누군가의 기념일’, ‘마음 전할 순간’, ‘일상 속 무심한 책상 위’에도 어울리는 꽃. 그 감정의 결을 읽고 맞춤형으로 꽃을 디자인하는 것이 이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매장은 대구 수성구의 한 조용한 골목에 있다. 외관은 플라워샵이라기보다는 감성 편집숍처럼 꾸며져 있고, 내부에는 자연광이 스며드는 공간에 계절별 꽃들과 드라이플라워, 다양한 오브제가 어우러져 있다. 커다란 꽃다발보다, 작은 마음 하나를 담은 플라워 패키지에 더 집중하는 브랜드. 루플로라의 첫인상은 그렇게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꽃을 이야기로 엮는 브랜드, 창업자의 철학
루플로라의 대표는 꽃을 전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디자인을 공부했고, 짧은 직장생활을 거쳐 꽃이 좋아 직접 뛰어든 케이스다. 그는 "꽃은 결국 사람을 위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단순히 예쁘게 꾸민 꽃다발보다, 그 사람이 어떤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를 상상하며 꽃을 엮는 게 중요하다고.
그가 플로리스트가 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에는 온라인 주문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직접 만든 꽃들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감성 플라워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감성 플라워”라는 말은 이제 흔하게 쓰이지만, 루플로라는 감성을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관계의 언어’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루플로라는 꽃다발을 보낼 때 짧은 시 구절이나 손글씨 카드를 함께 보내는 걸 기본으로 한다. 정형화된 문구 대신, 주문자의 메시지를 받아 창업자 본인이 직접 손으로 쓰기도 한다. 그는 말한다.
“사람들이 꽃을 살 때는, 대부분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예요. 저는 그 마음을 가장 진심에 가깝게 전달할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그의 철학은 결국 ‘작지만 진심이 담긴 것’이다. 그래서 루플로라의 꽃다발은 무조건 크고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계절 꽃들로 단정하고 조용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드라이플라워 역시 지나치게 가공하지 않고, 시간이 자연스럽게 말려준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는 말한다.
“꽃은 오래 두는 것보다, 오래 기억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꽃과 공간,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
루플로라는 단순한 플라워 샵을 넘어, 플라워 기반의 문화 콘텐츠 브랜드로 확장 중이다. 정기적으로 ‘꽃과 함께하는 클래스’를 열고, 지역 작가들과 협업해 꽃 + 디자인 + 오브제 전시를 선보인다. 플라워 클래스는 단순히 꽃을 꽂는 기술 수업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과 공간을 어떻게 꽃으로 표현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사적인 꽃다발 만들기’ 워크숍이다. 참여자가 자신의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또는 순간을 떠올리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꽃을 직접 고르고 묶는다. 어떤 이는 첫사랑을, 어떤 이는 돌아가신 가족을, 또 어떤 이는 오늘의 나 자신을 위한 꽃을 만든다. 이런 방식은 꽃이 ‘누군가를 위한 메시지’가 되는 순간을 디자인하는 아주 섬세한 작업이다.
또 루플로라는 지역 소상공인들과 함께 ‘골목 브랜드 연합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작은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서점, 커피숍, 수제 비누 공방 등과 협업해 플라워 & 라이프스타일 팝업을 열고, 지역 문화를 꽃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한다.
그는 말한다.
“꽃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늘 누군가의 일상 속에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지금 루플로라는 대구라는 지역 안에서, 사람과 꽃, 그리고 공간을 조용히 연결해주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따뜻한, 진짜 로컬 브랜드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마치며: 우리 삶에 필요한 건 ‘꽃 한 송이의 여유’
루플로라 플라워를 나서며, 작은 꽃다발 하나를 샀다. 붉은 장미도, 화려한 백합도 아니었다. 담백한 색의 리시안셔스와 조금은 투박한 들풀이 함께 있는 조용한 구성. 하지만 그 조합은 이상하리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꽃을 산다는 건, 어쩌면 내 삶에 쉼표 하나를 찍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루플로라가 하고 있는 일은 단순히 꽃을 파는 일이 아니라, 그 쉼표를 사람들에게 건네는 일인 듯하다.
대구라는 도시에, 이런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다음에 또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때, 혹은 나를 위로하고 싶을 때, 나는 다시 이 골목을 찾아갈 것이다.